[admin] [이전 게시판 보기]

기사> "솟은 광대, 파인 주름… 탈은 삶이라오"

관리자이메일

김동표 하회세계탈박물관장
안동서 태어난 하회탈 제작자, 38년간 세계 탈 2600여 점 수집

 

 

"찍어낸 듯 같은 표정인 탈은 단 하나도 없지요. 사람 얼굴이 다 다른 것처럼, 그 매력에 탈에 빠져 사는가봐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세계탈박물관, 김동표(67) 관장이 다른 얼굴의 두 '샌님' 산대탈을 들어 보였다. 한쪽은 뻐드렁니였고, 다른 쪽은 입술이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그는 "눈, 코, 입 일자(一字)로 흉내만 내 놔도 사람 얼굴이고, 복잡하게 깎아 놔도 사람 얼굴"이라며 "탈을 볼 때마다 얼굴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다"고 했다.
 
1995년 개관한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탈 박물관이다. 현재 전시된 탈만 800여 점, 수장고에 보관된 탈은 1800여 점이다. 봉산탈, 강령탈 같은 우리나라 탈과 세계 50여국의 탈을 만날 수 있다. 김 관장은 올 초 대통령 표창을, 2011년엔 한국박물관협회가 주는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받았다. 하회탈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사람이 웃으면 탈도 웃고, 울면 탈도 운다. 우리 삶이 탈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북 안동의 골짜기 '안골'에서 태어났다. 강 건너편에 하회마을이 있어 '허 도령'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허 도령'은 국보 제121호 안동 하회탈을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인물. "탈과는 뗄 수 없는 운명이었던지…." 손재주가 좋아 마을에선 '김 대목(大木)'으로 통했다. 스무 살 때 상경, 종로에서 목공예를 배웠다. 탈에 관심 가진 건 지인 부탁으로 우표에 그려진 양반탈을 처음 깎으면서다. "솟은 광대며 파인 주름, 깎기 어렵습디다. 깎고 또 깎다 남이 만든 것 좀 보려니 제대로 된 하회탈이 없어 '에라, 내가 만들자' 했어요."

1981년 고향으로 돌아와 '부용탈방'을 열고 공방 옆 3평 남짓한 공간에 자신이 만든 하회탈 9점을 걸어뒀다. 그는 "그땐 탈 보는 눈이 밝지 않아 보이는 대로 사다 걸기 시작했는데, 지금 박물관의 시초"라고 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본 아프리카 탈에 반해 해외 탈도 모으기 시작했다. 스리랑카에서 질병 치료를 기원할 때 썼던 탈, 혀를 길게 내민 조상의 얼굴을 새겨 적을 위협한 마오리족 전통 가면…. 현지 골동품점, 부족 등을 찾아가 탈을 구해 온다고 했다. "파푸아뉴기니 '악어족'은 악어의 영혼을 갖기 위해 종교의식을 하는 풍속이 있었죠. 입에 악어 머리가 박힌 탈은 부족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25년째 박물관을 운영하다 보니 탈과 얽힌 사연도 많다. 김 관장은 붉은 얼굴에 뿔이 두 개 달린 탈 앞에 섰다. "3년 전쯤 한 루마니아인이 박물관에 찾아와 전통 탈이라고 주고 갔어요. 고 마워서 덥석 받았죠." 중국 전통 가면극에 사용됐던 옛 나희(儺戱) 가면을 구할 땐 한 중국 예술단 단장을 찾아가 3박 4일 술을 마시며 조르기도 했다.

 

그는 "탈 보러 굳이 박물관을 가야 하냐던 사람들이 막상 탈에 빠져 관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만 연간 40만명. 운영이 빠듯하지만 탈의 명맥을 잇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1/2019030100146.html